누구에 대한 신뢰이며 무엇을 위한 과학인가?

일단은 이 글을 보시라.

두레박 : 황우석교수 - PD수첩 논란에 대한 짤막한 생각과 그에 덧붙여 퍼온 글. : 실로엣 님

그리고, 웬만큼 큰 매듭이 일단 지어진 지금, 또다시 사진의 동일성을 놓고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사진정도는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 본인도 비록 작지만 이공계쪽 논문을 하나 써봐서 알지만, 수천 수백개의 데이터 중 얼마간은 충분히 헷갈릴 수 있다. 특히나, 기대하던 결과가 나온 시점에서 신이 나서 결론 부분을 마무리짓고 있을 때는, 성과물에 푹 빠진 사람은 아무리 완벽주의자라 할지라도 그것을 정돈하는데는 실수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한 -_-; 바도 있다. 다른 논문(생물쪽도 있었다)을 작성하던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뭔가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뭔가 프로젝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쪽에 몸담은 과학도들이나 관련된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실수'에 대해 지적할 권리나 의무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악을 쓰며 화를 내는 일은 결코 포함이 안된다) 허나 단순히 그것을 놓고 논문의 신뢰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충분한 증거가 되는가- 에 대해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 게다가 그 사진들은 알고보니 논문이 아니라 사이언스지의 별지 부록에 실린 것이라고 한다. -_- 되게 웃긴다. 별꼴이다. 게다가 제보자가 'anonymous'라는 것도 심히 수상하다. (저것은 '익명' '이름없음'이라는 뜻이다)

아무 관련 없는 '대중'(개인이 아닌 대중)이 그와 같은 논문의 '자세한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또 거기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고 말할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관련된 사람들도 신뢰를 잃었다 운운은 말하지 않는다) 권리를 침해당했는가? 박찬호선수가 미국에서 공던지기를 잘못해서 진 것이 그리도 화난다고 말하며, 툭하면 '한국이 낳은'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할 만한 말이다.


애초에 사회와 정치적인 시각과 잣대를 과학에 들이대었다는데서 오류가 시작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의문제기'는 가능할 수 있으나, 그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점검하겠다면서, 그것도 새로 생긴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은 신생 분야의 첨단 연구에 비전문가가 검증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21세기는 커녕 19세기적인 발상인 것이다.

과학에서 새로운 것이 개척될 때는 언제나 진통이 있고, 한계를 긋자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심하면 정,재계의 탄압을 받거나, 이용당한다. 그 와중에서 실제적인 내용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에피소드는 또 얼마나 많았는가? 뢴트겐이 X선을 맨 처음 발견했을 때, X선 투과 방지 속옷이 나온 사건을 아시는가? (사람들은 그것을 엉뚱한 의미로 해석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그야말로 세기의, 시대의 선을 긋는 일에 들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날 위험을 갖고 있었고, 아직도 갖고 있다.



사회쪽의 생리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야, 그렇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과학에는 아무런 윤리도 도덕도 규칙도 없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삐를 잡아줘야만 한다고. 그러나 과학자는 뻥을 치면, 뻥을 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생명을 내걸어야 한다. 영원히 생매장되고 다시는 무엇으로도 일어설 수 없는 위험을. 정치가는 뻥을 치고 매장되어도, 몇 년만 지나면 좀비처럼 부활한다. 그러나 과학은 그렇지 못하다!!! '과학은 스스로 경찰 노릇을 한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은, 현대에 와서는 조금 의미가 달라지고 구조가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아직 어떠한 면에서는 유효하다.

즉 뻥을 치는 과학자는 자기가 과학자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되는 것이며, 게다가 그 뻥은 결코 긴 유효기간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결과는 공유되며, 누군가가 위에서 말했던 것 같은 사진의 실수를 반드시 찾아낸다. 하물며 뻥에 대해서랴 ! 거짓말은 얼마 못 가 항상 드러나며, 그는 영원히 쫓겨나 모든 과학자의 웃음거리가 되는 형벌을 받게 되고,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잠시 유명해지고 싶은 (그러고 나서 식당이라도 차려 노후를 보낼 생각인) 이름없는 시골의 사기꾼 학자가 지방 신문에 발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더더욱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질 사안이라면, 다수를 속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지방신문에 발표한 것만으로 연구가 인정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학술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번,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국내 언론에 미리 발표되어 논문이 취소될 뻔한 아찔한 사건 때도 '그깟 미국놈 신문보다 우리가 먼저 했으니'라는 변명이 나왔다. 한마디로 개소리다. 학술지에는 국경이 없으며, 갯수를 남발하면서 여기저기 세워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PD수첩이 하려 했던 일은 바로 학술지의 부정이며, 그것은 곧 과학 그 자체를 사회적 권력을 들이댄 언론의 폭력으로 파괴하려고 하는 행동 이외에 아무런 의의도 지니지 못한다.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관련된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과학에 대해 전혀 성숙된 자세를 갖고 있지 못하고, 전혀 익숙해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협박과 매수와 살인과 고문으로 일을 이루려 했지, 정당한 결과에 의해 1+1=2가 되는 일을 이룬 적이 있는가? 그런 전적이 있으니, 사회가 과학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허물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황우석 교수가 정상적으로 연구를 발표한 것 자체가 기적이며, 우리 사회가 그러한 역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희망적(!)신호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이 일을 이루어낸 사람이 중국인이었다면,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모든 공로는 미국이나 영국이 훔쳐가고 그들의 이름으로 고스란히 발표되었을 것이며, 과학자 본인은 이미 행방불명이 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우리는 그만큼 컸고 그만큼 커가야 한다. 이제 이 선에서 그만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의 사건을 벌이는 것은 (이것이 우리 개인과 관련된 일은 아니라 하나) 우리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므로. 역사를 되돌리는 어리석은 짓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므로.

by 금숲 | 2005/12/05 17:47 | +세상과 함께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ilmaril.egloos.com/tb/119802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