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1월 18일
아코모다도르
지난 1-2년 동안의 우울증의 결과.
모든 시련이 절대 성장을 시켜주지는 않으며, 모든 위기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닌 법이다.
어쩌다가, 우연인지, 아니면, 바램에 의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이 시련은 무언가를 주고 끝났다.
모든 시련이 절대 성장을 시켜주지는 않으며, 모든 위기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닌 법이다.
어쩌다가, 우연인지, 아니면, 바램에 의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이 시련은 무언가를 주고 끝났다.
아코모다도르의 파괴.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책에서, 누구나 사람은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 오며, 그것은 자신이 짊어지고 온 개인의 역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 짐이 되는 시점이라고 썼다.
본시 나는 개인의 역사를 머릿속에 쌓아두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늘 이것저것을 잊고 살았다. 기억상실증은 나에게 별로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뭔가 꼭 필요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면 최근 기록한 내 수첩과 연습장을 둘러보면, 최소한의 중요한 것은 있으리라. 그것도 다 없어져버렸다? 그건 굉장한 재난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시 시작했으리라.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개인의 역사가 쌓이기 시작했다. 같은 사람들을 오래 만나고, 또 오래 지속될 일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거기에 치이고, 넘어지고, 다치고, 완성하고, 웃으면서. 될 수 있는 대로 한동안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생기면서부터. 그러나 결국에는 그것을 불의 산에 던져버리고, 뒤돌아서서 블랙아웃에 빠졌다.
결론은, 최근 몇 년 간의 일에 대한 기억의 세부사항들이 거의 다 사라져 버렸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예전의 의식적인 망각활동(내 사고 구조에 포함되어 있는 망각 프로그램에 의한)보다도 더 철저하게, 더 완전하게 그것들은 날아가버렸다. 게다가 움직이는 데 주력하고, 기록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남은 게 별로 없어져버렸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개인의 역사가 크게 쌓여 물길을 막아버렸고, 따라서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둑이 터져 버리지 않았겠는가. 어차피 난 그다지 둑을 단단히 쌓는 사람이 못 된다.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이 아니라 호빗인가?)이니까. 그런데 터지는 김에 다른 것도 날아간 것 같다. 망각해야 할 것과 쌓아둬야 할 것을 늘 강박적으로 분류하다 보니, 찌꺼기가 여기저기 쌓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 찌꺼기의 잔상조차 점점 희미해져간다.
아코모다도르: (*포르투갈어. '조절하다'의 명사형.)
살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정신적 외상, 쓰디쓴 실패, 사랑에 대한 환멸 등이 그것이다. 때론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은 우연한 성공이 우리를 소심하게 만들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자기 내부의 잠재된 힘을 일깨우는 수련중에 있는 ... 맨 먼저 아코모다도르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자신의 아코모다도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방금 내가 읽은 글은 자신의 개인적인 역사를 잊어버리고, 우리가 수많은 고통과 비극을 겪는 동안에 일깨워진 본능만 남긴다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 <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317p
그는 또 이야기한다. 싸움의 정석이란 있겠지만, 그것을 배우고 나서 그것을 일일이 기억해가며 싸움을 하려 한다면 전사는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서로가 맞부딪는 순간에 작용하는 것은 본능 바로 그것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배운 모든 것을 몸에는 익히고 머릿속에서는 망각할 때까지 되풀이하는 것이었다고.
'더 멀리, 더 멀리 가시오. 개인의 역사로부터,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되라고 강요한 것들로부터 멀리, 더 멀리 거리를 두시오.'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것들을 버리고 계속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 이야기를 높은 목소리로 자꾸 되뇌시오. 자잘한 세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우리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돼요. 그리고 미지의 신세계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보게 되오. 그 낡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하다 보면 마침내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오.'
'그게 전부인가요?'
'한 가지 더 있소. 공간들이 비워지면서 공허감을 느낄 수도 있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임시방편으로라도 그 자리를 속히 채워야만 하오.'
'무엇으로요?'
'우리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혹은 우리가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갖가지 이야기와 경험들로.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서히 변화하는 거요. 그와 더불어 사랑도 커져가지. 그리고 사랑이 커질 때, 우리는 사랑과 함께 성장하는 거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소.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머물기 마련이라오.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실은 불필요한 것들, 사랑의 에너지를 통제하려고 사용한 가짜 능력 같은 것들이오.'
- <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277p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것들을 버리고 계속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 이야기를 높은 목소리로 자꾸 되뇌시오. 자잘한 세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우리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돼요. 그리고 미지의 신세계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보게 되오. 그 낡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하다 보면 마침내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오.'
'그게 전부인가요?'
'한 가지 더 있소. 공간들이 비워지면서 공허감을 느낄 수도 있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임시방편으로라도 그 자리를 속히 채워야만 하오.'
'무엇으로요?'
'우리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혹은 우리가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갖가지 이야기와 경험들로.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서히 변화하는 거요. 그와 더불어 사랑도 커져가지. 그리고 사랑이 커질 때, 우리는 사랑과 함께 성장하는 거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소.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머물기 마련이라오.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실은 불필요한 것들, 사랑의 에너지를 통제하려고 사용한 가짜 능력 같은 것들이오.'
- <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277p
기억을 망각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라지지 않는다. < 이터널 선샤인 > 에서도 그랬듯이. 지식을 붙잡아두거나, 지식을 전파함으로서 사람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연습, 한번쯤 깨져 보는 것, 실수가, 필요한 본능을 자리 잡게 하고, 비로소 현인들의 말을 몸에 습득시킨다. 그러하기에, 현인이 그토록 겸손한 것이리라. 겸손하기 위해 겸손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실수했었기에.
# by | 2006/01/18 01:20 | +성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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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높은 목소리로 자꾸 되뇌시오. 자잘한 세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우리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돼요. 그리고 미지의 신세계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보게 되오. 그 낡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하다 보면 마침내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오.'
잊어버릴때까지 되풀이하시오.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