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 월급쟁이들은 시간과 돈을 맞바꿔, 일한 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키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간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 찾아와 그 땅을 팔라고 하면, 제정신이 있는 작가라면 결코 그 땅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땅을 팔면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게 되면 조용히 안식을 하고 꿈을 꾸는 데 필요한 장소는 사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조금 어수룩한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당신 속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느림보가 들어있다. 그 느림보가 당신이 모든 것을 팔아버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당신에게 어딘가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이마에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며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응시하게 만든다. "
 - 나탈리 골드버그,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중에서.




내 안에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느림보가 들어 있다. 느림보는 시간을 팔지 못하게 강력한 힘으로 나를 불러세운다. 사람들은 내가 시간을 팔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비난한다고 해서 시간을 팔 순 없었다. 또한 무의식 어딘가 살고있는 성질급한 빨강머리 꼬마애가 소매를 자꾸 잡아 끌어 정신이 산란해지곤 한다. 그래도 느림보는 땅을 팔지 않았다. 내 느림보는 아주 강력했고 날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에 한번도 이길 수 없었다. 큰 저택에 사는 느림보가 식사를 다 끝냈는지 궁금하다. 창 밖엔 이미 봄이 왔고 땅에 나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by 금숲 | 2007/01/22 23:29 | +글끄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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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aonic at 2007/01/23 00:48
저의 느림보는 잠들었을까요...
Commented by 금숲 at 2007/01/23 03:14
" 모든 일을 다 해 보고 나서 자신에게 예정되어진 운명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이제는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게 된다. 그동안 글쓰기를 회피하려 얼마나 애써왔는지 상관없다. 어느 순간 당신 앞에는 글쓰기만이 버티고 서 있다. 그 이후부터 당신은 하루하루의 기분에 의해 당신의 마음이 좌우되거나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제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당신은 지금 글을 쓰는 방법 또는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든지 이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만약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날인데 아이를 치과로 데려가야 한다면 치과 대기실에서 글을 쓰면 된다. 아니면 글을 한 줄도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꼭 해야 하는 일 밑에, 이 거칠고 가련하고 놀라운 글쓰기 훈련이 닿아 있다는 사실만 명심하라."
- 나탈리 골드버그,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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