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1월 18일
새 저작권법, 누구를 위해 법은 만드나

오늘 아침, 상쾌하게 좋아하는 CD나 들을까 하고 껍데기를 열어봤다.
그런데 우리집의 CD가 다 그렇듯이, 동생이 또 속을 다른 CD로 채워놓은 것이다.
헌데 아주 오랫동안, 근 5년이나 잊고 있었던 CD가 그 속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은 나우누리 시절, 모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구워준 CD였다.
CD겉표면에는 들어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과 플레이 타임, 날짜 등 자세한 사항이 적혀있고,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닉네임을 부르면서, "음악 들으면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이라는 친근한 메세지까지.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원래 나는 저작권을 될 수 있는 대로 열심히 지켜가며 (그러는 자신이 때로 굉장히 바보스럽다고 느껴졌다) 살아왔다. 물론 저 CD의 곡들은 일본곡이고, 그때는 우리나라에 일본 CD들이 수입될 수 없던 시절이었음은 물론이다. (지금이라고 해서 저 작품의 정품 사운드트랙을 레코드점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흔히 그때는 자기가 가진 일본 CD나 곡을 복제해서 구운 다음에 통신판매하는것이 유행했던 때다. 하지만 나는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될 수 있는 대로 꾹꾹 눌러 참았다. =ㅅ= 일단 그런 복제들은 그다지 음질이 좋지 않거나 안정성이 좋지 않았으므로 후회하기가 쉬웠던 탓이다. 저 CD는 그러한 유혹에 넘어갔다기보다는, 알고 지내는 사람이 나눠준다기에 받았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또 이제까지 홈페이지나 블로그나 기타 웹상으로 어떤 배경음악도 깔아 본 역사가 없다. 그나마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던 (이제는 파일 종류를 안가린다고 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극히 단순한 미디파일만 카페대문같은데 써봤을 뿐이니, 이번 사태에 새삼 음악들을 지우는 소동을 벌이지 않아도 되므로 그냥 뒹굴뒹굴하고 있다. 하지만 심히 짜증이 난다.
사방 천지에 '복사'와 '2차저작'의 유혹이 널린 곳, 그게 바로 이 바닥, 인터넷의 바다다.
그러다보면 전혀 이것이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없이 그 속에서 헤엄을 치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발견한다. 우선 피해상황이 눈앞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전달자체가 되지 않는다. 나이에 관계없이, 처음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위험에 심하게 노출되는데, 처음 뛰어들 때부터 그 속이 펌과 2차저작의 바다이니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이 정상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복제 자체를 막는 데 지친 저작권 옹호의 칼날은, 일단 불법 유통의 산지는 그대로 두면서, 개인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봉쇄함으로서 동기를 막겠다는 쪽으로 돌려졌다.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다. 게다가 일일이 복제의 원천을 쫓아다니면서 수사하지 않아도, '5천만원 벌금과 5년징역'이라는 공표만으로 일종의 '공포효과'(실질적인 위협)를 불러일으켜 손쉽고도 빠르게 불법파일을 단속할수 있게 된 거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효과적'이기는 하다. 하지면 여전히 제도면에서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는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달까. 이게 웬 공화국시대적 법이냐. 얼렁뚱땅에, 적당히 갖다 붙이면 조금의 구실로도 잡아 넣을수 있다는 그 위협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효과적인 나머지 극히 얍삽해보인다.
또한 시대의 흐름은 이미 물질적인 형태에 기대는 저작권을 넘어선 곳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미래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저작권이라는 건 없어질 거라고. 다른 제도가 생겨날 거라고. 우선 많은 만화가들이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화를 연재하면서도 원고료를 받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많은 정보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작자는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방법. 예를 들어 시청료 걷듯 문화세금같은것을 걷은 뒤 예술가에게 지급한다거나. (그때까지는 저작권이라는 제도를 될 수 있는대로 활용해 줘야겠지만) 그런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나눴다.
옛날에는 금이 있어야만 그 금에 상당하는 화폐를 발행했다. 그것이 화폐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금이 없어도 화폐는 화폐다. 이제와서 CD10000장에 상당합니다라고 법에 적는 건, 이건 무슨 중세시대인가? 그런 기준은 누가 산출하였단 말인가? 그 기준은 정당한가?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저작권의 허락을 받는데 3협회의 허락을 '모두'받으라는 건 무슨 행패스런 법이란 말인가? 행정적인 공정을 복잡하게 함으로써 허락하는 척하며 사용허가 신청 러쉬를 봉쇄하려는 작전이다. 게임 서버 폭주를 막겠답시고 엄한 아이템을 적용시켜 사용자를 짜증나게 하는 온라인 게임을 보는 듯 하다.
새 개정법이 과연 아티스트를 전적으로 위한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뭐, 아티스트라면, 창조적으로 찌질이들에게 맞대응해 줘야겠지. 문제가 일어날수록 영감은 치솟는 법이던가.
# by | 2005/01/18 10:51 | ~옛날 일기(秘) | 트랙백(2)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가사만 올려도 불법?
<IMG id=userImg9496383 style="CURSOR: hand" onclick=popview(this.src) src="http://blogfiles....more
제목 : 오늘부터 시작되는 저작권법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바뀌는 저작권법에 대한 대비책 새로운 저작권법 시행으로 인해 우리 삶에서 바뀌는 것. ...(재미있어서) &nb...more
이 개정법은 아무리 봐도 저작권을 산 자본가들(+인터넷이 무서운 정치가등 기득권층) 을 위한 법이란 생각..
유렵의 경우 비상업적인 개인의 이용(웹상에서도)을 터치 안하는것만 비교해 보아도 속셈이 보인달까...
2차저작 금지는 그 패러디에 당한 기득권층의 뒷수라는 생각이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